프랑스,바게트 외에도 다양한 빵이 식욕을 자극
바게트는 프랑스 문화의 근간을 이루고 있으며 프랑스 제빵 전통의 최고 자리에 위치한다.
길쭉하고 연한 갈색빛이 도는 빵 바게트. 겉은 딱딱하고 속은 쫄깃하며 부드러운 이 빵은 프랑스 사람들에겐 그저 빵이 아니다. 삶의 중요한 부분이고 문화이고 자존심이다.
프랑스인은 매년 60억 개의 바게트를 소비하며, 이는 1인당 100개를 소비하는 것과 마찬가지다(유아 포함). 바게트 토스트로 시작하는 아침식사, 햄-버터 바게트 샌드위치로 때우는 점심식사, 치즈를 먹을 때 반드시 있어야 하는 바게트까지, 바게트는 모든 곳에, 모든 시간에, 매 식사에 존재한다.
바게트를 만드는 데에는 많은 재료가 필요하지 않다. 밀가루와 소금, 물, 이스트로 반죽을 만들어 4∼6도에서 15∼20시간 구우면 끝. 하지만 누가,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바게트 맛에도 차이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바게트의 기원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나폴레옹의 군부대가 만들었다는 이야기, 오스트리아 제빵사가 1830년대 개발했다는 이야기들이 공존하고 있다.
매우 진지한 문제
프랑스 유산의 핵심인 바게트는 1993년 공포된 법령에서 ‘프랑스 전통 바게트’는 밀가루, 물, 효모 또는 누룩과 소금만을 사용해야 하며, 매우 소량의 강낭콩가루, 콩가루 등 몇 가지 첨가물 만을 추가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1유로(약 1천360원) 안팎이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저렴한 프랑스 '국민 빵' 바게트를
프랑스 정부는 2018년 바게트를 만드는 제조법과 문화를 국가 무형문화재로 등록했다. 2022년에는 드디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프랑스에서 바게트를 만드는 제빵사는 장인으로 여겨진다.
바삭하게 구운? 적당하게 구운?
프랑스에는 결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바로 ‘바삭하게 구운’ 바게트를 좋아하는 사람과 ‘적당히 구운’ 바게트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만약 단 둘이서 조촐한 여행을 즐기고 있다면, 250g에 달하는 바게트 대신 바게트의 동생 피셀(ficelle, 180g)이나 ‘드미-바게트(demi-baguette, 바게트 1/2)’를 구입하는 것을 추천한다.
도시 빵 또는 시골 빵
‘팽 드 캉파뉴(pain de campagne, 시골빵)’도 결코 빼놓을 수 없다. 이름과는 달리 이 시골빵은 도시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슈퍼마켓 진열대를 정복하기 시작한 공장 제조 빵에 대적하기 위해 시골 느낌을 물씬 풍기는 이 빵에 ‘팽 드 캉파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다. 바게트나 뱅드 세이글(pain de seigle, 호밀빵)에 비해 규제가 까다롭지 않지만, 꽤 많은 양의 호밀이 들어가며, 약간의 신맛을 내는 것이 이 타원 모양 빵의 특징이다. 싱싱한 치즈나 연질 치즈와 함께 즐기기에 딱이다.
팽 드 세이글은 굴과 환상의 조합
굴과 환상의 조화를 이루는 호밀빵 또한 매우 엄격한 규제의 대상이다. ‘팽 드 세이글’이라고 불리기 위해선 최소한 65%의 호밀가루를 함유해야 한다. 호밀가루 함유량 기준에 미달하는 빵은 ‘팽 드 세이글’이 아닌 것이다. 알버트 호프만 박사는 호밀 맥각의 부산물(기생균)에 대해 연구하던 중1938년 LSD를 처음 합성하였다. 아쉽게도 이 호밀 파생품은 지금은 빵집에서 판매되지 않고 있다.
완벽한 영양성분
‘팽 콩플레(pain complet)’는 밀눈과 껍질을 모두 포함한 통밀가루를 원료로 사용한다. 흰 밀가루 빵보다 더 묵직하고 파삭한 이 빵은 몸에 좋은 영양성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섬유질이 풍부하여 혈당지수를 낮추고, 미량원소와 비타민이 들어 있어 장 기능을 돕는다. 바게트로 과식을 해서 죄책감이 든다면, 팽 콩플레를 선택해 보자.
지역 특산 빵
지역 특산 빵 또한 프랑스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앞서 언급된 빵들은 프랑스 전 지역에서 맛볼 수 있지만, 각 지방에서도 자신들만의 특별한 빵을 만든다. 프로방스의 푸가스(fougasse), 아르데슈(Ardèche)의 마르게리트(marguerite), 알자스의 쉬브로(subrot), 부르고뉴의 팽 코르동(pain cordon), 니스의 찰스턴(charleston), 코르시카의 쿠피에트(coupiette), 보르도의 쿠론(couronne) 등 그 종류는 셀 수 없을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