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 전문성 및 선수 역량 ↓…매년 ‘강등 탈출’ 꼴찌권 허덕
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FC가 올해 K리그1에서 최하위로 추락, 2003년 ‘시민구단’으로 창단한 지 21년 만에 첫 K리그2로 강등됐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해마다 강등권 탈출을 목표로 하는 등 꼴찌권에서 허덕여왔다. 다만 해마다 기적같이 강등권에서 살아남으며 ‘생존왕’ 또는 ‘잔류왕’이라는 별명을 갖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 같은 성적 탓에 ‘언젠간 강등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경기일보는 인천 유나이티드의 2부리그 강등을 계기로 구단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분석해보고, 다시 1부리그 승격을 위한 대안 등을 찾아본다.
인천 유나이티드가 ‘시민 구단’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사실상 소수의 시민과 정치가 결합해 탄생한 ‘지자체 구단’인 탓에 전문성도 떨어지고, 재정난으로 타 구단에 비해 우수 선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인천시와 인천 유나이티드 등에 따르면 인천 유나이티드는 지난 2003년 인천시체육회(지분 13.7%)를 주축으로 소액주주 4만7천명(58%) 등 시민들의 성원을 모아 K리그의 13번째 구단으로 창단했다.
그러나 인천 유나이티드는 지난 10년 간 K리그1 정규 라운드에서 줄곧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8년과 2020년 정규 12위에도 하위 스플릿에서 막판에 부활해 간신히 잔류했다. 지난 2022년 4위로 사상 첫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까지 진출했지만, 지난해 6위에 이어 올해는 꼴찌로 추락해 자동 2부리그로 강등됐다.
전문가들은 인천 유나이티드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을 가장 큰 문제로 꼽는다. 성적이 저조해도 체계적인 분석을 통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제대로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2018년과 2020년, 인천 유나이티드가 12위 최하위로 추락했을 당시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꾸렸지만 이후에도 경영 혁신 및 활성화를 위한 대책은 없었다.
현재 인천 유나이티드는 무늬만 시민구단일 뿐, 사실상 인천시가 운영하는 구단이다보니 대표이사는 물론 이사진 대부분이 축구와 상관없는 비전문가로 꾸려져 있다. 이사진 17명 중 임중용 단장과 정태준 인천축구협회 회장, 김진희 대한축구협회 이사 등 3명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공무원이나 후원사 관계자, 스포츠 및 일반 사업가 등이다.
특히 인천 유나이티드의 열악한 재정도 문제다. 인천시가 해마다 선수들 연봉 등에 보조금으로 100억원 이상을 쏟아붓고 있지만, 타 구단의 200억원에 육박하는 연봉 총액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이로 인해 인천 유나이티드는 기량이 뛰어난 선수층이 얇다. 현재 주전 선수 40명 중 30세 이상은 19명(47.5%)에 이르는데다, 간혹 기량이 뛰어난 선수를 발굴해도 곧바로 돈 많은 구단들에게 팔아 이적료로 수입을 남기는 ‘셀링 클럽’이기 때문이다. 올해 김보섭·김민석·제르소·델브리지 등 핵심 선수들의 부상 및 이탈이 이어졌는데도 대체 선수들의 기량이 그들에 미치지 못하면서 잇따라 패배, 강등의 수모를 당했다.
이사진·선수단 물갈이 등 ‘뼈 깎는 혁신’ ...중장기 대책 마련
인천 유나이티드가 창단 첫 2부리그 강등 수모를 겪은 것과 관련, 그동안 구단을 이끌어온 이사진과 사무국(프론트), 그리고 선수단까지 대대적인 인적쇄신을 통한 혁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천시와 인천 유나이티드 등에 따르면 전달수 대표이사는 유정복 인천시장에게 성적 부진 등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에 따라 임기를 4개월 남겨둔 전 대표는 오는 15일 자리에서 물러난다.
지역 안팎에선 전 대표를 시작으로 당연직 사외이사 일부를 제외한 임중용 단장 등 이사진 전원이 동반 사직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사진이 그동안 인천 유나이티드의 재정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이는 성적 부진으로 이어져 결국 2부리그로 강등했기 때문이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곧 이사회를 열고 전 대표 후임 사내이사를 정한 뒤 주주총회 등을 거쳐 새로운 대표이사를 선임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시는 대표이사나 단장에 스포츠 분야 전문가를 선임해 효율적인 구단 운영을 통한 전면 쇄신에 나설 방침이다.
또 구단 프론트도 2부리그 강등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재정난을 이유로 올해 핵심 전력 선수를 방출, ‘국제대회 경쟁력 있는 선수들로 한 시즌 더 가도 된다’는 안일한 판단으로 대체 선수 영입을 소홀히하면서 올해 꼴찌로 추락했기 때문이다. 또 K리그 사상 초유의 ‘물병 투척’ 사태와 감독 사퇴 이후 새 감독 선임 지연 등 위기 상황을 수습할 ‘골든 타임’을 놓치기도 했다.
특히 선수단의 대대적인 물갈이도 불가피하다. 우선 최영근 감독 임기는 오는 2025년 말로 아직 1년여가 남아있지만, 구단 안팎에선 이번 2부리그 강등의 책임을 지고 물러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올해 계약이 끝나는 음포쿠(32), 오반석(36), 권한진(36), 송시우(31), 김준엽(36), 지언학(30) 등 30대 이상 선수들도 줄줄이 방출 수순을 밟을 수 밖에 없다. 대신 인천 유나이티드는 신인 선수 발굴을 통한 구단의 전력 강화라는 혁신 방안 마련에 나선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인적쇄신을 통한 변화와 함께, 중장기적으로 구단을 활성화 시킬 수 있는 비전 마련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시 관계자는 “스포츠 전문가를 이사진에 포진하는 한편, 신인선수 육성을 통한 인천 유나이티드의 전력을 강화시키는 혁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 구단이 다시 K리그1로 올라갈 수 있도록 중장기 대책 등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인천 향토기업, 시민구단 외면…후원 대부분 공공기관 및 관련기업 ‘반짝 후원’ 뿐
‘시민구단’인 인천 유나이티드의 2부리그 강등은 인천 대표 기업들의 외면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구단 후원 대부분이 공공기관이거나 또는 인천시 정책과 관련한 기업의 단기적 후원에 그치는 등 여전히 ‘지자체 구단’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안팎에선 인천 유나이티드의 재도약을 위해선 인천시민은 물론 지역 향토 기업 등의 적극적인 후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천시와 인천 유나이티드 등에 따르면 올해 인천 유나이티드의 수입금은 총 258억원이다. 이 중 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의 지원이 155억원(60%)을 차지한다. 일반 기업 등의 후원은 14억원(5.5%)에 불과하다.
이 같은 일반기업의 후원도 인천 시금고를 맡고 있는 신한은행, 송도국제업무지구 개발사인 포스코이앤씨, 인천항만공사, 영종 개발사업이 진행중인 인스파이어리조트 등 시 관련 기관과 기업의 단발성 후원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결국 인천 유나이티드는 ‘지자체 구단’인 셈이다.
현재 인천에 본사를 둔 상장기업 94곳 중에서 인천 유나이티드를 후원하고 있는 기업은 인천도시가스 1곳 뿐이다. 특히 인천의 대표 향토기업인 ㈜선광을 비롯해 시가총액 60조원 이상인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상장기업 모두 인천 유나이티드 후원을 외면하고 있다. 시가총액 35조원대의 글로벌 바이오제약사인 셀트리온은 지난 2021년 ‘회사 연고지인 인천에서 받은 성원에 보답하고 지역 발전에 공헌하겠다’며 인천 유나이티드와 3년 후원 계약을 맺었으나, 1년 만에 계약을 끊었다.
이 때문에 인천 유나이티드 후원금은 지난 2020년 37억5천만원, 2021년 30억5천만원, 2022년과 2023년 19억1천500만원, 2024년 14억7천800만원 등으로 해마다 줄고 있다.
반면 올해 K리그1 3위를 기록한 ‘도민구단’인 강원FC는 향토기업인 ㈜그래미는 물론 ㈜강원랜드, ㈜뉴랜드올네이처 등의 열렬한 후원이 이어지고 있다. 구단도 지속적인 후원 홍보를 통해 올해만 9개 후원 기업을 유치했다.
인천의 한 축구 관계자는 “기업 구단의 경우 모기업 및 유관기관과의 협력을 통한 후원 계약을 맺지만, 시민구단은 사실 지자체 지원금의 의존도가 커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인천은 지역색이 강한 광주·포항·울산 등과 달리 지역색이 없어 기업 후원사 유치에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했다. 이어 “향토 기업들의 적극적인 후원은 곧 구단의 성적으로 이어져 인천시민 모두로부터 응원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