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전국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 발표
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설문에 응답한 인천지역 노동자들의 연차휴가 사용률이 저조하게 나타나는 등 쉴 권리가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포괄임금제 남용과 임금체불 문제가 있다는 응답도 많았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4일 발표한 '2024년 노동환경 실태조사'를 보면 조사에 참여한 인천지역 노동자의 36.9%가 지난해 연차휴가를 30% 이하로 사용했으며, 이 중 57.3%는 미사용 연차휴가 수당조차 받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실태조사는 8월 26일부터 한 달간 민주노총 설문조사 참여 선전물을 받은 노동자들이 링크에 직접 접속해 답변을 작성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국내 전체에서 노동자 8209명이 응답했고, 인천 지역에선 546명이 응답했다.
산단 노동자 55.6% 포괄임금제, 임금체불 11.8%
조사 결과, 인천 지역 저임금 문제가 심각하며 포괄임금제 남용 등 노동법 위반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지역 평균 월급(세전)은 287만2000원으로 국내 평균(292만6000원)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인천지역 응답자 중 포괄임금제를 적용받는 노동자는 40.8%에 달했으며, 이 중에서도 산업단지 노동자들의 상황이 더 열악했다. 산업단지 노동자의 55.6%가 포괄임금제 적용을 받았고, 11.8%는 최근 1년간 임금체불을 경험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인천본부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산업단지에서 노동법 위반이 더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정부의 노동관계법 이행 의지가 없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포괄임금제'는 추가수당을 정확히 집계하기 어려운 경우에, 수당을 급여에 미리 포함하는 계약형태이다. 주로 노동시간이 확실히 정해지지 않은 노동자에게 임금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쓰인다.
하지만 야근, 잔업, 휴일 노동 등 추가수당 지급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 생산직, 건설노동자들의 임금에 포괄임금제가 적용되면 추가 수당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할 우려가 크다.
불법파견과 위장도급 등 위험 사업장 다수
또한 특수고용·프리랜서 노동자들의 4대보험 가입률은 31.6%~42.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파견 노동자의 85.3%가 정규직과 차별을 경험했다고 답했으며, 하청 노동자 37%는 원청의 업무 지휘를 받는다고 답했다.
민주노총 인천본부는 불법파견과 위장도급 위험 사업장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불안정한 고용 지위를 가진 노동자들은 사회임금 수급에서도 불리하다며 불안정·취약 노동자들에 대한 고용안정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자 대표 있는 곳 31.5%뿐, 이중 15.9% 사측이 지정
노동자 대표제도도 유명무실했다. 사업장에 노동자 대표가 있다고 답한 비율이 31.5%에 불과했고, 이마저도 15.9%는 사측이 지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사협의회 설치율도 27.6%에 그쳤다.
반면 노동조합에 대한 기대는 높았다. 미조직 노동자의 61.5%가 "노조가 부당한 대우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한다"고 답했고, 59.9%는 노조 가입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노동자들은 정부가 우선해야 할 정책으로 ▲저임금 해소 ▲고용안정 ▲임금체불·포괄임금제 오남용 사업장 규제를 꼽았다.
민주노총 인천본부는 노동자들이 우선해야 할 정책으로 꼽은 내용과 윤석열 정부의 '노동약자 보호정책'인 ▲노동 약자 지원 전달체계 구축 ▲이음센터를 통한 의견수렴 등은 상당히 거리가 있다고 평가했다.
민주노총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국회 토론회를 개최하고,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 적용'과 '노조법 2·3조 개정'을 요구할 계획이다.
또한 노동조합 가입 운동을 확대하는 한편, 작은사업장과 노동권 사각지대 노동자들을 위한 법제도 개선 논의를 촉구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