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레켐비(Lequembi)’가 세계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습니다.
치매 극복에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지만, 높은 가격과 부작용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히고 있습니다.
FDA는 지난 7월 6일(현지 시각) 일본 에자이와 미국 바이오젠이 공동 개발한 알츠하이머 신약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를 정식 승인했습니다.
알츠하이머는 기억력과 인지 기능이 떨어지는 퇴행성 뇌질환입니다.
세계적으로 인구 고령화에 따라 알츠하이머 환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치료제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레켐비는 치매 원인으로 지목되는 뇌 단백질 ‘아밀로이드베타(Aβ)’를 제거합니다.
알츠하이머 환자 뇌의 아밀로이드 단백질에 항체가 결합해 제거하는 원리입니다.
지금까지 약들이 증상 치료제에 가까웠다면, 레켐비는 원인을 억제하는 약이라는 의견이 있습니다.
2주에 한 번씩 정맥 주사를 통해 약물을 주입합니다. 레켐비는 알츠하이머의 근본적 질병 발생 과정을 표적으로 하는 약물임을 임상 효과를 통해 보여줬다고 FDA 측은 밝혔습니다.
1795명을 대상으로 한 3상 임상시험에서 치료제를 투여받은 환자는 18개월 후 위약(효과 비교를 위한 가짜 약) 투여 환자보다 인지 능력 감소가 27% 늦게 진행됐습니다.
다만 레켐비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 우선 레켐비 사용 가능 대상은 경증 환자로 한정됩니다.
레켐비가 환자 증상을 개선하기보다는 환자의 인지 능력과 기억력 저하 속도를 늦춰주는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FDA는 알츠하이머 치매 초기 환자와 경도인지장애(MCI) 환자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했습니다.
중증 환자는 사용할 수 없고, 부작용 우려도 존재합니다.
레켐비는 뇌부종과 출혈을 동반하는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ARIA)에 대한 안전성 문제가 제기돼 왔습니다.
임상실험에서는 참가자의 13%가 뇌부종·뇌출혈, 두통과 주입 관련 반응 등의 부작용을 경험했고 3명이 사망했고,
이에 따라 FDA는 뇌의 부기와 출혈 위험성을 알리는 ‘블랙박스 경고’를 레켐비 라벨에 부착하도록 했습니다.
연간 2만 6500달러(약 3461만 원)의 높은 약값도 문제입니다.
알츠하이머 치매의 주요 환자인 노인이 부담하기에 매우 비쌉니다.
국내 약값은 보험급여 적용 여부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지만, 비싼 약값은 미국에서도 논란이 됐습니다.
다만 미국에서는 65세 이상이면 자동 가입되는 노인 의료보험 '메디케어'가 적용돼 1년 약값이 약 900만 원으로 낮아집니다. 약값의 80%를 보험당국이 부담해 환자는 20%만 부담하면 됩니다.
국내에서도 가격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해외 의약품에 대해 경제성 평가를 거쳐 보험 등재 여부를 결정하는데 약값 대비 효과가 크지 않으면 등재 자체가 거부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다만, 보험 급여가 결정되면 환자 부담이 훨씬 줄어들 수 있습니다.
미국 FDA 승인에 따라 레켐비의 국내 허가도 이어질 전망입니다.
앞서 지난 6월 바이오젠·에자이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레켐비의 품목허가를 신청했고,
이르면 내년 하반기 혹은 2025년 초 허가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