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넘게 공방을 거듭하던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청구 과정을 간소화하는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이로써 보험계약자가 실손보험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를 일일이 보험사에 보낼 필요 없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법 개정을 위한 마지막 단계에 들어섰다. 보험업계는 해당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된 만큼, 국회 최종 문턱을 어렵지 않게 넘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보험업 법 개정안은 환자가 행하고 있는 실손보험 청구업무를 의료기관이 대행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만 통과하면 실손보험 청구를 진료 병원에서 곧바로 할 수 있게 되는 길이 열린다.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손보험금 청구절차 개선을 권고한 지 14년 만에 비로소 국회 문턱을 넘게 되는 것이다.
이 법안은 병·의원, 약국이 실손보험 가입자의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들을 중계기관을 거쳐 보험사로 전송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금까진 가입자가 영수증, 진료비 세부내역서 등 필요서류를 구비하고 보험금 청구서를 작성해 보험설계사나 팩스, 앱을 통해 보험사에 보내야 했다.
필요서류를 준비하려고 병원을 재방문하거나 유료로 서류를 떼는 등 불편함에 보험금 청구를 아예 포기하는 일도 잦았다. 실손보험 가입자에게 돌아가지 않은 보험금은 연간 2000억~3000억 원 규모로 추정된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미청구 실손보험금이 2021년 2559억 원, 2022년 2512억 원, 2023년 3211억 원 등 연평균 2760억 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카카오, 네이버, 토스 등 핀테크 기업이 1분 내외로 끝낼 수 있는 보험금 간편 청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제휴 의료기관 수의 한계로 모든 소비자가 효과를 체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전국의 병·의원, 약국은 10만곳이나 되지만, 핀테크 제휴 의료기관은 4000~5000곳밖에 되지 않는다.
향후 법안 통과시 번거로운 청구 절차가 사라져 소비자의 편익이 증진되고, 병원도 관련 업무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 입장에서도 심사에 매년 4억 장 이상 들던 종이 낭비를 줄이고, 관련 인력을 다른 필요한 업무로 배치할 수 있는 등 효율성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
법안 시행은 법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뒤로, 본회의 통과가 차질없이 진행되면 내년 말에는 시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의원급 의료기관과 약국에 대해서는 법 공포 후 2년 경과 시부터 달라진 제도가 적용된다.
의료기관과 보험사 간 정보 중계기관 선정 문제도 법 시행 전까지 풀어야 할 숙제다. 중계기관은 애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의료계의 반대로 보험개발원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최근 의료계는 민감정보 유출을 이유로 민간 핀테크업체를 통해 전산화하자는 주장까지 펴고 있어 최종 선정까지 적잖은 진통이 따를 것으로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