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 사망률이 위암을 처음으로 추월했다.
‘2022년 한국인 사망원인 통계’에서 두드러진 것 중 하나는 췌장암의 빠른 증가세다.
지난해 국내 암 사망률(10만 명당 사망자 수)은 162.7명으로, 전년보다 1.6명(1%) 증가했다. 암 가운데 사망률이 높은 것은 폐암(36.3명), 간암(19.9명), 대장암(17.9명), 췌장암(14.3명), 위암(13.9명) 순으로 사망률이 높았다. 특히 지난해 췌장암 사망률은 전년보다 5.8% 상승하면서 위암 사망률을 처음으로 추월했다.
췌장암 진료 환자는 2017년 1만 7341명에서 2022년 2만 4847명으로 급증했다. 췌장은 복부 깊은 곳에 있어 조기 발견이 어려우며 생존율도 낮다. 수술이 가능한 초기 단계에서 발견되는 비율은 20%에 그친다.
환자의 연령대는 60세 이상 고령층이 80%를 차지한다. 70세 이상이 되면 1년 사이에 약 1000명당 1명의 비율로 췌장암이 생긴다. 췌장암의 위험 인자로는 흡연 (30%), 고열량식(20%), 만성 췌장염 (4%), 유전적 요소 (10%) 등이 대표적이다.
발병 요인
췌장은 명치 끝과 배꼽 사이 상복부에 위치한 일종의 소화기관으로 각종 소화 효소와 인슐린을 분비하여 장내 음식물을 분해하고 혈당을 조절한다. 췌장암은 췌장에서 발생한 악성 종양으로 종양이 기원하는 췌장 내 세포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뉜다. 상피 세포에서 기원한 췌관선암이 전체 췌장암의 85~90% 정도를 차지하고 있어 일반적으로 췌장암이라고 하면 췌관선암을 뜻한다. 췌장은 머리, 몸통, 꼬리의 세 부분으로 나뉘는데 췌장암의 60~70%는 췌장 머리에서 발생한다.
췌장암의 원인은 아직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위험 인자로는 흡연, 고열량 식이, 만성췌장염, 유전적 요소 등이 있다. 특히 흡연은 췌장암 발생 위험도를 2~5배 높이고, 만성췌장염이 있으면 위험도가 16배까지 증가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조기 발견의 중요성
췌장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조기 발견율이 10% 이하로 매우 낮다. 췌장암을 의심해 볼 수 있는 증상으로는 복통, 황달, 소화불량, 체중 감소, 당뇨병 등이 있다.
대부분의 췌장암 환자가 명치나 배꼽 주변에 발생하는 모호한 복통을 호소하지만, 초기 증상이 애매해 진료를 받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췌장암은 위치에 따라 다른 증상을 보일 수 있는데, 췌장 머리에 췌장암이 발생하면 담도가 막히면서 황달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췌장 몸통과 꼬리 부위에 발생하는 췌장암은 거의 증상이 없다.
식욕 부진이나 복통 등으로 인해 체중이 감소할 수 있는데, 6개월에서 1년간 평소 체중의 5%가 감소했다면 췌장암을 의심해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지방의 불완전한 소화로 인해 기름진 변의 양상을 보이는 지방변이나 회색변이 나타날 수 있다. 이외에 식후 통증, 구토, 오심 등의 증상을 보이기도 하며 당뇨병이 새로 발생하거나 기존에 앓고 있던 당뇨병이 악화하기도 한다.
췌장암은 수술 가능 여부와 전이 여부에 따라 절제 가능 췌장암, 경계성 절제 가능 췌장암, 국소진행성 췌장암, 전이성 췌장암으로 구분된다. 이 중 국소진행성 췌장암과 전이성 췌장암은 절제가 불가능하다.
췌장암은 크기가 작더라도 췌장 주변의 중요 장기나 큰 혈관으로 침범했다면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전체 췌장암 환자의 15% 정도에서만 수술이 가능하다. 췌장암은 절제가 가능한 경우 일차적으로 수술을 시행하고 그 후 보조적으로 항암 치료를 진행한다. 경계성 절제 가능 췌장암은 수술을 전제로 하되 수술 전에 항암 치료를 먼저 시행하게 된다.
전이 췌장암은 항암 치료를, 국소진행성 췌장암은 항암 치료와 방사선치료를 시행하게 되는데 치료에 잘 반응하면 경계성 절제 가능 췌장암으로 재평가되어 절제 수술을 시도해 볼 수 있다. 췌장암의 항암 치료는 여러 항암제를 함께 쓰는 복합요법으로 진행되며, 최근에는 면역항암제 등도 활발히 적용돼 생존율을 높이고 있다.
췌장암 절제가 어려운 환자의 경우 담도 폐쇄로 인한 황달이나 십이지장 폐쇄를 치료하고 통증을 조절하기 위한 완화 치료를 진행하기도 한다. 췌장암이 담도를 막아 황달이 생겼다면 내시경으로 담도에 스텐트를 삽입해 담즙을 배출시키는 내시경적 역행성 담즙배액술을 시행한다.
예방법 없어, 위험 요인 피해야
췌장암은 정확하게 밝혀진 원인이 없기 때문에 예방법 또한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위험 요인으로 알려진 것들을 일상생활에서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랜 기간 흡연해온 사람이라면 지금 바로 금연해야 하고, 만성췌장염이 있다면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아야 한다. 고지방·고열량 식사보다는 과일과 야채 중심의 건강한 식생활을 유지하고 운동도 꾸준히 해야 한다. 오랫동안 당뇨병을 가지고 있거나 갑자기 당뇨병이 발생했다면 진료를 받아야 한다.
췌장암은 치료가 어렵고 치료 결과 또한 다른 암에 비해 좋지 않다. 이로 인해 췌장암으로 진단받은 환자들이 치료를 시작하기도 전에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새로운 치료제들이 개발되는 등 치료 결과를 높이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니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치료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