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의 투자처로 펀드·채권·예금 외에 보장성 보험을 추가해야
현 퇴직연금 체제에서 돈을 부을 수 있는 보험 상품은 적금과 유사한 '저축성 보험' 뿐이다. 노령기가 길면 치료, 요양, 돌봄 등의 지출 수요가 치솟는데, 이런 '장수 리스크'를 보장성 보험으로 줄이도록 해주자는 것이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보험연구원의 최근 보고서에서 "실제 노인들이 보장성 보험이 필요해도 유동성(자금)이 부족해 보험을 유지 못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처럼 제안했다.
퇴직연금 적립금을 활용한 보장상품 가입 방안
본 연구는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 방법으로 보장성 보험상품을 편입함으로써 퇴직연금제도의 내실화를 도모하고 노후 생활 보장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고령층의 보험수요와 현행 퇴직연금 운용 규제 및 한계를 평가하였으며, 고령화와 장수화로 인해 장수리스크가 증가함에 따라 보험을 통해 대응할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보았다. 특히 유동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추가적인 노후 대비를 위해 퇴직연금 적립금을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인 전략으로 분석되었다. 보장성보험이 포함된 퇴직연금은 잠재수익률을 높이고 적립금 누수 문제를 완화하며 장기적인 보험 유지율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호주, 미국, 일본 등의 사례를 분석... 퇴직연금에 보장성보험을 도입할 경우 실효성 검토
호주는 퇴직연금 사업자가 단체보험 형태로 보장성보험을 제공하도록 규정하여 가입자가 별도의 절차 없이 자동으로 사망보장보험과 영구장애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미국은 DB형 연금의 초과 적립금을 활용하여 401(h)계좌를 통해 의료비 지출 혹은 건강보험 가입이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퇴직 후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일본은 적립식 상해사망보장보험 형태로 퇴직연금 내 보장성보험을 편입하여 연금 가입자가 장애·사망과 같은 리스크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퇴직자의 생활 안정성을 제고하고 있다.
연구 분석 바탕으로 정책 방안 제시
첫째, 보장성보험을 퇴직 연금 운용 방법에 단계적으로 포함하고, 퇴직연금이 노후 생활뿐만 아니라 장애, 유족 보장 등의 생활 전반을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자산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퇴직연금의 원리금 보장형 비중을 줄이되 보장성보험을 포함한 운용 방식을 확대 하여 연금제도의 내실화를 꿰할 필요가 있다.
셋째, 보장성보험을 통해 연금의 위험 관리 기능을 강화함으로써, 퇴직 후 예상치 못한 의료비나 장기 요양비에 대응하고 재정적 안 정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보고서를 보면 의료·요양 부담은 65세를 전후해 급등한다.
65세 이상 고령자의 진료비(494만 원)는 전체 평균(200만 원)의 2.5배여서 현재의 고령화 정도에도 부담수 준이 높은 편인데 향후 고령화의 심화는 의료비 부담을 더욱 증가시킬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수명이 늘면서 치매 등 위험이 커져 요양 비용은 더 늘어나다.
또 고령화로 자산 상실이나 가족 생활고 등의 위험도 불어나, 이런 소득 리스크에 대비한 보험도 수요가 크다.
보고서는 호주·미국·일본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이들 국가들은 의료, 종신, 상해 등 여러 보장성 보험을 퇴직연금 운용방식으로 허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현 퇴직급여법은 퇴직연금을 노후 소득보장을 위한 제도로 좁게 봐 보장성 보험을 배제한 것으로 보인다"며 "퇴직연금 자산을 보장성 보험 가입에도 활용해, 노후 관련한 보험의 중도 해지를 줄이고 초고령사회 대책의 사각지대를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현재 퇴직연금은 투자처가 원금보장상품으로 쏠려 수익률이 2%대로 낮고, 은퇴 준비 효과도 적어 운용방식 다변화와 기금형 연금제 도입 등 개선 논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보고서는 "수익률 이슈는 연금의 중도 인출·해지로 적립금이 줄어드는 경우가 잦고, 자본시장의 구조적 문제가 맞물려 있어 해결이 쉽지 않다"면서도 "보장성 보험은 투자수익률 외에도 보험 가입에 따른 심리적 안정성 등 후생 개선 효과가 있는 만큼, 이를 연금에 편입하는 전략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보장성 보험 도입이 중도 인출을 줄이는 효과
예를 들어 2022년 퇴직연금 중도인출액 1조7429억원 중 장기요양(6개월 이상의 요양)으로 인한 인출은 772억원(4.4%)이다.
요양 보험을 연금에 편입하면 이처럼 중도에 돈을 인출하는 사례가 줄어들 것이다는 예상이다.
보고서는 "보장성보험을 퇴직연금 운용 방법에 단계적으로 포함하고, 퇴직연금이 노후 생활뿐만 아니라 장애, 유족 보장 등의 생활 전반을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자산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퇴직연금의 원리금 보장형 비중을 줄이되 보장성보험을 포함한 운용 방식을 확대해 연금제도의 내실화를 꿰할 필요가 있고, 보장성보험을 통해 연금의 위험관리 기능을 강화함으로써 퇴직 후 예상치 못한 의료비나 장기요양비에 대응하고 재정적 안정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